[자작] -단편- 이세계에서 처음으로 내뱉은 말

믿기지 않겠지만, 지금 나는 이세계에 와있다.

흔한 라이트노벨이나 만화 속 혹은 판타지 소설에서 주인공을 시점으로 둔 프롤로그를 연상시키는 이 상황은 어째 영 달갑지가 않았다.

지금 내 자신이 이세계에 온 것임을 알 수 있게 해준 것은 무척이나 간단했다.

마치 고대 서양의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방의 내부와 흔히들 말하는 마법진으로 보이는 문양이 LED 전구를 연상시키듯 밝게 빛나고 있었고, 결정적으로 확신하게끔 만든 것은 지금 내 바로 앞에 있는 검은 로브를 쓴 무수한 마법사들(로 추정되는 인물들)이 있었기 때문이었다.

‘.......실화냐?’

나는 어엉벙벙한 얼굴로 쥐고 있던 숟가락을 떨어뜨렸다.

하필, 소환을 당해도 밥을 먹고 있는 타이밍에 소환된 게 어째 모양이 빠졌다. 

가능했더라면 밥을 먹기 이전에 소환시켜줬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. (아예 소환시키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겠지만.)

아무튼 양반자세로 테이블에서 밥을 먹고 있던 나를 보고, 검은로브를 쓴 무리들 중 한 사람이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.

“어서오세요. 이계에서 온 청년이여.”

검은색 로브의 후드를 벗겨지자, 그 안에서는 아름답게 생긴 소녀의 얼굴이 내 시야에 포착되었다.

보통 이렇게 이세계로 소환한 마법사들 중 주된 인물은 연세가 백이 넘은 늙은 현자이며 그 입에서 나와야 할 대사겠지만, 막상 겪어보니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.

마치 바다를 연상시키는 은청색 머리카락을 지닌 그 소녀는 자주빛의 눈동자로 나를 응시했으나, 나는 애써서 시선을 피하면서 중얼거렸다.

“.........양판소는 질색인데.”

이것이 이세계로 넘어와 내가 처음으로 내뱉은 말이었다.

도착하자마자 하는 말이 이런 말이었으니, 어쩌면 이 세계 자체에 감정이 있더라면 아마 나는 여러모로 미움을 받아 뭐든 잘 풀리지 않을 인생을 살아갈지도 모른다.